그림책 [엄마 셋 도시락 셋]을 추천하며...
그림책은 아이들만을 위한게 아님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가 좋아하는 혹은 서평이 좋은 그림책을 찾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아이였을 때 우리 집에는 디즈니 그림책도 전권, 과학책도 전집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그 시절에는 전집 구매가 유행이었던 듯~ 엄마는 삼 남매였던 우리가 책을 보며 서로 읽어주며 놀이했던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냥 동생을 앉혀 놓고 책을 읽어 주는 게 좋았던 것 같다. 동생이 한창 귀여웠으니까~ 지금은 아주 거대하고 건장한 3형제의 든든한 가정의 아버지가 되어있지만, 어릴 때는 복 날 개 맞듯이 누나들에게 맞고 자란 귀한 동생이었다. 아빠와 엄마가 늘 책을 보는 모습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책 냄새가 항상 집 안 가득했고, 우리 삼 남매는 그림책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서로 넘어오지 못하게 하거나 인형 놀이에 필요한 집으로도 만들었던 것 같다. 덤으로 천장 가리개용으로 이불은 필수!
지금 생각해 보면 책이 읽는 것만이 아닌 의도하지 않은 놀이도구로도 다양하게 사용했던 것 같은데, 당시 엄마와 아빠는 우리를 나무라거나 잔소리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자기들끼리 잘 놀고 신나면 그만~ 그 누구의 간섭이 없이 아이들끼리 신나게 놀면서 책이라는 하나의 물질이 여러 형태로 변형을 일으켰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이게 최근 교육과 철학에서 가장 핫한 들뢰즈의 이론을 말하는 게 아닐까?
다락방; 아이들의 모험과 상상의 공간
우리집에는 다락방이 있었는데 벽에 붙어 있는 사다리를 붙잡고 올라가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는 모험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락방에 올라가면 우리에게 맞는 낮은 다리로 만들어진 책상이 두 개 있었고, 그 옆으로 책장이 놓여있었는데 그 책장 안에 우리가 좋아하는 책들이 가득했던 것 같다. 나는 특히 디즈니 그림책은 말할 것도 없고 웅진출판사 과학앨범 책 중에서도 1번 '달을 보아요'를 좋아했다.
다락방을 오르면 어김없이 우리들만의 세상이 펼쳐졌으므로 그곳에서 우리는 책 속의 주인공이 되거나 인형을 나로 동일시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는데, 다락방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늘 동생이 위를 우러러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저도 올라오고 싶지만 아직 사다리를 버틸 힘이 없어 못 올라오는 아련함과 누나들을 향한 경외함의 눈빛!
그러다가 사고를 친 날이 있었는데, 동생을 둘이서 데리고 올라갔다가 데리고 내려오질 못한 거다. 결국, 아빠의 힘을 빌려 내려왔지만 우린 혼나지 않았다. 동생은 그날이후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녀서 더욱 귀찮은 존재가 되긴 했지만~ 결코 싫지만은 않은 그런^^;
엄마 셋 도시락 셋 _국지승 저
을 추천하며 사설이 길었다. 그림이 있는 책을 좋아하게 된 이야기를 하자니 어릴적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 그림책은 세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세 명의 엄마는 엄마라는 역할 외에도 사회에서의 역할도 있다.
하나 아파트에 사는 세 가족,
301호에 사는 건설회사 차장 지선씨,
202호에 사는 작가 다영 씨,
101호에 사는 세 아이엄마 미영 씨의 아이들은 모두 샛별 유치원에 다닌다.
오늘은 아이들의 소풍날이라 엄마들의 아침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301호 지선 씨는 레시피를 보며 김밥을 말았다.
김밥 한 줄 말기가 어찌나 어려운지 마는 것마다 터지기만 하다 겨우 한 줄 싸서 보내고,
202호 다영 씨는 급하게 김밥 가게에서 어린이 김밥을 주문해서 보낸다.
101호 미영 씨는 두 아이의 밥과 준비물을 챙기느라 너무 바쁜 아침이다.
엄마들은 언제부터인가 이름이 없어졌고, 누구누구 엄마 혹은 직업이 내 이름이 되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누구보다 일을 잘 해내고 싶은 엄마들 계절의 흐름도 시간의 흐름도 유행의 흐름도 꾸밈도 모르고 산지 오래다.
소풍을 간 아이들은 봄을 만났다.
봄의 나라에서 만난 예쁜 꽃을 우리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어 꽃 한 송이 꺾어 손에 쥐고 유치원 버스에 오른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일을 하던 엄마는 아이가 집에 오는 시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맞춰야 한다.
아이가 내리는 버스에서 "엄마, 선물!" 하며 봄을 선물한다.
봄이 왔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우리 집도 삼 남매였는데, 생각해 보니 언니와 나는 연년생이고 동생은 4살 차이로 학교를 다닐 때 도시락 세대였던 터라 엄마가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반찬을 대량으로 만들어서 분배하기만 하면 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집안 살림을 하고 직장 생활도 해내려면 엄청나게 힘들었을 텐데... 지금이야 나라에서 학교 급식제도, 돌봄 제도가 생겨 육아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우리들의 엄마 세대를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따라 김치볶음밥 좋아한다고 보온 도시락통에 꼭꼭 담아 넣은 엄마의 도시락이 무척 그립다.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꽃을 선물하던 아이가 바로 나였는데...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만지고, 느끼든 아이들의 생각 속에는 온통 엄마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봄이 되면 아이들과 산책을 가면 낙화된 꽃을 , 여름이면 매미 허물을, 가을이면 붉게 물든 낙엽을, 겨울이면 앙상하게 마른 나뭇가지를 주머니에 넣어가는 아이들이 그렇게 예쁠 수 없다. 그 아이의 마음과 주머니 속에는 온전히 엄마와 함께 봄을 보고 싶고, 보여주고픈 사랑이 가득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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