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자판기는 추억을 싣고~
예전 커피 자판기는 곳곳에 있는 흔한 기계였고, 그곳은 동네 사랑방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 비슷한 시간대, 자판기 애용가가 주로 찾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파트 입구 자판기는 아빠, 언니 그리고 나의 아지트였다. 자판기가 막 설치되었을 무렵 청소년기에는 100원짜리 율무차나 코코아를 마셨고, 아빠는 150원의 밀크커피를 마셨다. 당시 고급커피도 있었는데 그건 200원이었던 듯하다. 설탕커피, 블랙커피도 있었고~ 아무튼 지금 생각하면 그 자판기 커피의 등장과 함께 우리들의 소모임이 잦아진 탓에 남들보다 조금 일찍 커피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빠가 하루 평균 오잔을 마실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추억을 뒤로하고
언니와 각자 결혼을 한 이후로도 우리는 줄곧 베프처럼 지내오길 어언 20년. 지지난 주말 조카 3, 4와 장산을 올랐다. 아이들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도 길어지는 듯했고, 손에서 핸드폰을 놓고 자연을 가까이해보고자 나선 것이다.
산길을 오르며 새로 올라간 반, 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학교 생활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며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다행히 둘 다 멀쩡한 정신세계를 갖고 있는 것 같아 안심^^ 조카 4호는 과학책에 빠져 식물을 관찰하고 학교에서 듣고 배운 것들을 이모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입을 한시도 쉬지 않고 재잘거렸다. 진작 데리고 나왔어야했다.
잠시 후, 계곡이 흐르는 평상에서 쉴겸 가져온 김밥을 먹고 다시 산에 올랐다. 오르고 내려오는 길, 폭포사 앞 입구에 예전부터 자판기가 있었나? 늘 무심코 지나쳤던기에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그날 유독 쌀쌀해서였던지 코끝에 익숙한 커피 냄새가 나는 듯한 착각에 발이 저절로 자판기로 향했고, 눈은 자판기 속 진열된 커피를 탐색하고 있었다.
“언니야, 현금 있나?”
이곳은 노카드 존이다. 온리 현금만 이용 가능.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온 시스터와 추억을 되새기며 신이 났고, 추운 김에 커피 한 잔 하고 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커피를 뽑으려고 보니 세상에나~ 물가가 많이 올랐음을 느꼈다. 더불어 우리가 나이 들었다는 것도🫠

커피 한 잔에 오백 원
다행일까, 옛날과 다른 점은 모두가 다 동일 가격이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예전처럼 늘 먹던 것으로 밀크커피 두 잔을 선택하고 나오는 것을 한참 지켜보았다. 쪼르르르 한 줄기 갈색물이 일정한 굵기로 내려왔다. 기계 안에서 제조되어 저 색상을 만들어 냈을 듯😁
달달하면서도 구수한 이 조화로운 커피와 설탕, 프리마의 비율을 그 어느 누가 흉내 낼 수 있을까? 마셔본 자만이 이 참맛의 진리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이 시간도 지나고 나면 되돌아올 수 없는 소중한 오늘이듯, 처음 자판기 커피를 만났던 오늘 그리고 나의 청소년기, 청년기의 아지트로 수많은 이야기들을 털어놓고 즐기게 했던 커피 자판기에게 웬지 모를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비록 가격은 상승했으나, 변함없는 맛과 향이 옛것 그대로라 소소한 감동인듯👍🏻
아무래도 자주 찾아올듯 하다.
이 곳의 위치는
장산 유아숲체험장으로 조금 올라가면 화장실이 나오고 바로 맞은편에 폭포사라는 절이 있다. 그곳에 이 자판기가 마주하고 있는데 장산을 가게 되어 이 친구를 만난다면 한 번쯤은 자연을 벗 삼아 노천 카페를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 폭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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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사
부산 해운대구 우동 산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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