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단편소설, 키친
세 번째 책을 완독 했다.
언젠가 '월간 커넥트'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윤아 씨가 나와 다양한 책에 대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다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의 책을 인상 깊게 읽었다고 했다. 그리고 곧이어 그녀와 렌선 인터뷰를 했었는데 우리나라 말로 "안녕하세요."라고 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키친이라는 책을 집필 당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고 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지지로 글쓰기가 가능했었다고 말하며 그때의 상황을 설명할 때 그녀는 매우 행복한 표정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열대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좋아해 필명을 '바나나'라고 지었단다.
키친,
어떤 책일까? 궁금했던 나는 바로 인터넷 주문을 했는데 도착 후,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덮어두었다가 최근 다독을 결심한 후로 다시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차례
- 키친 / 만월 / 달빛 그림자
- 후기 / 옮긴이의 말 로 되어 있었다.
키친이라는 챕터는 부엌에 관한 내용일 것이고,
만월과 달빛 그림자라는 단어를 보자 우습게도 호텔 델루나가 생각났다.
자, 그럼 책 리뷰를 해보면 이렇다.
키친은 묵직한 단어이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족, 지인의 죽음과 그 죽음을 겪은 사람들이 남겨진 후 저마다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 그리고 사랑에 대해 그리고 있다.
요시모토는 죽음을 절망으로 그리지 않았다. 갑자기 찾아온 가족의 죽음을 겪은 이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허함과 경험해 보지 못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키친 / 만월
키친과 만월은 내용이 이어진다.
미카케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았다.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의지했던 할머니마저 돌아가신다. 미카케는 부엌에서 위로를 받는다.
냉장고 소리가 고독한 사고를 지켜주는 것 같다고...
그러다 유이치라는 청년이 찾아와 함께 살자고 한다.
유이치는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할머니와 평소 친하게 지냈다고 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알고 혼자 남아있을 미카케가 걱정되어 찾아온 것이었다.
미카케는 유이치로 인해 위로받고 할머니의 죽음을 이겨낸다.
유이치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이 집도 특이했다. 엄마는 원래 아빠였다. 에리코(엄마이자 아빠)씨는 아내가 죽자, 유이치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랐다.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여자, 엄마가 되기로 했다.
에리코 씨는 죽는다. 그리고 유이치는 이 슬픔을 홀로 삼키려다 미카케의 도움으로 이겨낸다. 결국 미카케와 유이치는 서로의 아픔과 슬픔을 위로하며 치유되고 결국 사랑으로 맺어지게 된다.
달빛 그림자
히토시와 사츠키
사츠키는 히토시를 잃었다. 히토시는 동생 여자친구를 데려다주는 길에 사고로 즉사했다. 그 후로 히토시를 그리워하다 조깅을 하기로 했다. 어느 날 새벽 조깅하러 나선 길에 히토시와 만났던 다리 위에서 의문의 여성을 만나게 되고 뜻하지 않은 위로를 받게 된다.
나는 에리코 씨를 보게 되었다.
에리코 씨는 고아였는데, 죽은 아내의 집에서 키워줬다고 했다. 아내를 사랑하게 되어 그 집에서 도망쳤는데, 아내가 죽자,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찾아갈 수도 없었으니... 여자가 되어 술집에서 일하며 유이치를 키웠다. 누구보다 바른 사람으로... 그러다 스토커에게 죽임을 당해 생을 어쩔 수 없이 마무리 짓게 되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 중 에리코 씨가 애틋했다. 성전환을 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누구보다 밝고 씩씩하게 자신의 삶과 역할에 충실했던 그 사람의 생이 타인에 의해 끝난 것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미래를 예견한 듯 유언장도 미리 작성해 두었는데 그 내용이 가슴을 저릿하게 했다.
달빛 그림자를 읽으면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일본 영화가 떠올랐다.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애처로운.... 죽은 연인과의 만남이 표현되어 있다.
나는 이 단편소설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들어 방영되는 드라마들이 흥미롭지만 정서적으로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아이들이 함께 시청하고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인터넷 강국에서 좀 더 아름다운 세상, 서로를 돌아보는 마음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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